샤오미가 애플과 퀄컴을 위협하는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중국 스마트폰 제조업체 샤오미가 자체 개발한 3나노 칩셋 ‘쉬안제O1’을 공개하며 글로벌 기술 업계에 충격파를 던지고 있습니다. 한때 ‘짝퉁’이라는 편견에 시달렸던 샤오미가 이제는 애플의 A18 Pro 칩과 동등한 성능을 자랑한다고 당당히 선언하고 나선 것입니다. 4년간 135억 위안을 투자해 개발한 이 칩셋은 단순한 기술 과시를 넘어, 샤오미가 진정한 기술 기업으로 거듭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입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샤오미가 애플, 퀄컴, 미디어텍에 이어 3나노 SoC 개발 기술을 보유한 네 번째 기업이 되었다는 점입니다.
반도체 자립의 꿈이 현실이 되다
애플과 어깨를 나란히 한 3나노 기술력
샤오미의 ‘쉬안제O1’ 칩셋이 업계에 미친 파장은 단순히 새로운 제품 출시 그 이상의 의미를 갖습니다. 이 칩셋은 TSMC의 2세대 3나노 공정으로 제작되어 190억 개의 트랜지스터를 집적했는데, 이는 애플의 A18 Pro와 동일한 제조 공정을 사용한 것입니다. 특히 주목할 점은 긱벤치 6.1.0 벤치마크에서 싱글코어 2709점, 멀티코어 8125점을 기록해 퀄컴 스냅드래곤 8 Gen3의 최고급 수준에 근접한 성능을 보였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성과는 단순히 기술적 진보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샤오미는 “처음부터 애플을 꺾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조금씩 능가하는 것도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고 솔직하게 인정하면서도, 자체 칩셋이 애플 A18 Pro의 특정 벤치마크에서 실제로 우수한 성능을 보인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는 중국이 반도체 분야에서 미국의 기술 제재를 뚫고 독자적인 역량을 구축했음을 보여주는 강력한 증거입니다.
퀄컴과 미디어텍을 넘어선 성능 경쟁
현재 스마트폰 시장의 프리미엄 칩셋 부문은 애플의 A18 시리즈, 퀄컴의 스냅드래곤 8 Gen3, 미디어텍의 Dimensity 9200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애플 A18은 6코어 CPU와 5-6코어 GPU를 탑재해 이전 세대 대비 30-50% 성능 향상을 이뤘고, 퀄컴 스냅드래곤 8 Gen3는 3.3GHz 클럭속도와 Hexagon NPU로 AI 처리 능력을 크게 향상시켰습니다. 미디어텍 Dimensity 9200 역시 3.05GHz Cortex-X3 코어와 NPU 690을 통해 이전 세대 대비 35% AI 성능 향상을 달성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샤오미의 쉬안제O1이 이들과 동등한 수준의 성능을 보여준다는 것은 놀라운 일입니다. 특히 샤오미가 하드웨어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까지 통합 최적화할 수 있는 역량을 갖췄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애플이 자체 칩셋과 iOS의 완벽한 조화로 최적의 성능을 뽑아내는 것처럼, 샤오미도 자체 칩셋과 MIUI의 결합을 통해 독특한 경쟁력을 구축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AI 분야에서도 글로벌 리더들과 어깨를 나란히
자체 AI 모델로 오픈AI와 알리바바에 도전장
샤오미의 기술력 진화는 반도체에서 그치지 않습니다. 샤오미는 자체 개발한 추론 AI 모델 ‘미모(MiMo)’를 공개하며 중국 AI 시장의 경쟁에 본격 합류했습니다. 70억 개의 매개변수를 갖춘 이 모델은 수학 추론과 코딩 분야에서 오픈AI의 ‘o1-mini’와 알리바바의 ‘QwQ-32B-Preview’ 모델보다 우수한 성능을 보였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는 단순한 기술 과시가 아닌 실질적인 비즈니스 전략의 일환입니다. 샤오미는 지난해 12월 AI 모델 훈련을 위해 약 1만 대의 GPU를 구매했으며, 이 모든 개발이 샤오미의 전문 AI 태스크포스인 ‘코어(Core)’에 의해 완전히 사내에서 이뤄졌습니다. 이는 샤오미가 AI 분야에서도 외부 의존도를 줄이고 독자적인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의지를 보여줍니다.
스마트폰부터 IoT까지, 통합 AI 생태계 구축
샤오미의 AI 기술력은 단순히 모델 개발에 그치지 않고 실제 제품에 적용되고 있습니다. 샤오미 스마트폰의 MIUI는 AI 기반의 다양한 기능을 제공하는데, AI 스마트 배터리 관리로 사용자 습관을 분석해 배터리 소모를 줄이고, AI 앱 추천으로 사용자 패턴을 학습해 필요한 앱을 미리 추천합니다. 또한 AI 음성 비서 ‘샤오미 어시스턴트’를 통해 스마트홈 기기들과 연동되어 음성 명령으로 조명, 가전제품을 제어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통합 생태계는 애플의 접근 방식과 매우 유사합니다. 애플이 iPhone, iPad, Mac, Apple Watch를 하나의 생태계로 연결하듯, 샤오미도 스마트폰, 태블릿, 스마트워치, 스마트홈 기기들을 MIUI와 AI를 중심으로 연결하고 있습니다. 특히 샤오미는 ‘5%룰’(순수익률 5% 이하)을 적용해 저가에 스마트 IoT 제품을 출시하면서 빠른 시장 확산을 이뤄냈고, 이를 통해 수집된 빅데이터가 AI 기술 발전의 밑거름이 되고 있습니다.
미중 기술 패권 경쟁의 새로운 변수
미국 제재 속에서도 꺾이지 않는 기술 굴기
샤오미의 기술력 진화는 미중 기술 패권 경쟁이라는 거시적 맥락에서 이해해야 합니다. 미국이 중국에 대한 반도체 제재를 강화하는 상황에서도 중국 기업들은 자체 기술 개발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샤오미의 경우 향후 10년간 자사 모바일 프로세서 개발에 70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라고 발표했으며, 향후 5년간 연구개발에 2000억 위안을 투입한다는 야심찬 계획도 공개했습니다.
이러한 투자는 단순히 기술 독립을 위한 것만이 아닙니다. 샤오미는 기술 자립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더 강력한 경쟁력을 확보하려 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샤오미의 쉬안제O1 칩셋 공개 이후 홍콩 주가는 4.7% 상승했고, 샤오미가 지분을 보유한 킹소프트 클라우드 홀딩스의 주가는 15.3%나 올랐습니다. 시장이 샤오미의 기술력 진화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레노버의 딜레마와 샤오미의 기회
흥미롭게도 같은 중국 기업인 레노버는 샤오미와는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레노버는 최근 3개월 순이익이 37% 급증하는 좋은 실적을 발표했지만, 동시에 미국과의 관세 전쟁으로 인한 타격을 경고했습니다. 주요 제조 기지가 중국에 있는 레노버는 미국 시장 의존도가 높아 관세 압박에 취약한 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반면 샤오미는 자체 기술력 확보를 통해 이런 딜레마에서 벗어나려 하고 있습니다. 자체 칩셋과 AI 모델 개발로 외부 의존도를 줄이고, 중국 내수 시장을 기반으로 한 독자적 생태계 구축에 성공한다면, 미국의 기술 제재나 관세 압박에서 상당 부분 자유로워질 수 있습니다. 이는 장기적으로 샤오미에게 중요한 경쟁 우위를 제공할 것으로 보입니다.
결론
샤오미의 기술력 진화는 단순한 한 기업의 성장 스토리를 넘어서는 의미를 갖습니다. 3나노 칩셋 개발부터 자체 AI 모델까지, 샤오미가 보여주는 기술적 성취는 중국이 더 이상 ‘모방자’가 아닌 ‘혁신자’로 변모하고 있음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애플, 퀄컴, 미디어텍 등 기존 강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기술력을 확보한 것은 글로벌 기술 지형에 중대한 변화를 예고합니다.
특히 샤오미가 하드웨어부터 소프트웨어, AI까지 아우르는 통합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는 점이 주목됩니다. 이는 애플의 성공 공식을 벤치마킹하면서도 중국 시장의 특성에 맞게 최적화한 전략으로 평가됩니다. 향후 샤오미가 전기차 시장에서도 이런 통합 전략을 성공적으로 구현한다면, 글로벌 기술 업계의 새로운 강자로 부상할 가능성이 충분해 보입니다. 결국 샤오미의 기술 굴기는 단순한 추격을 넘어 새로운 기술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도전장이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